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feat. 중립금리, 가계부채, 부동산PF)

글쓴이 35nomadism 날짜

1. 어제(2024.10.1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25% 내렸다. ’21년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지 3년 2개월만에 기준금리 운용 방향성을 전환하였다.

2. 한국은행은 화폐를 발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통화신용정책 위하여 금리나 통화량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출처 : 한국은행

3. 금융통화위원회는 약 6~7주 단위로 개최하고 있으며, 연간 8회 정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4. 2024년은 현재까지 총 7회 회의를 진행하였고, 올해 마지막 회의는 ’24년 11월 28(목) 개최될 예정이다.

5.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이는 ’08년 이후로 그래프로 볼 수 있다. (아래 그림, 한국은행 참조)

출처 : 한국은행

6. ’08년 5.25% 수준이던 기준금리는 ’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로 잘 알려져 있는)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오자 순식간에 2%까지 내려갔다(’09년 2월 기준)

7. 그 후 2020년까지 거의 10년 동안 기준금리는 1~2%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저성장의 늪,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각종 글로벌 경제위기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8. 2020년 초에 닥친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서 신용경색(금융시장 신용위기)이 오면서 단기간에 주식시장은 폭락하고,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20년 2~3월 경)

9.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렸고, 1년 넘게 초저금리를 유지하다가 ’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출처 : 네이버, 미국 기준금리 추이 (’22. 01 ~ ’23. 05)

10. 미국도 역대 최저 기준금리 0.25%를 오랜기간 유지하다가 ’22년 3월에 드디어 피벗(정책전환)하여 0.50%로 올렸고, 그 이후 빅스텝, 자이언트 스텝 등을 마구 단행하였고.. 그 결과 ’23. 5월 미국 연준 기준금리는 5.25%까지 급상승하게 된다.

11. 한국은행을 포함하여 전세계 금융기관들은 당시 이미 미국 연준이 곧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21년 8월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을 하여 미국의 강한 금리인상 여파의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하였다.

출처 : 연합뉴스

12. ’23년 1월에 3.5%까지 기준금리를 올린 한국은행은 ’24년 9월까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드디어 0.25%를 인하하였다.

13. 미국 연준이 ’24년 9월에 빅컷을 단행하였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0.50%p 내렸는데, 최근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고용, CPI 등)가 좋은 상태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후 미국 연준의 빠른 금리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 “미 고용시장 여전히 탄탄, 추가 금리 인하폭 크지 않을 것”)

14.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이후 개최한 기자간담회(’24년 10월 11일)에서 “물가가 낮아져서 연 3.50% 기준금리 수준은 불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15. 이 총재는 “물가목표(2%) 달성을 위해서 높은 기준금리(3.50%)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물가상승률이 2% 밑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을 조정하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16. 중립금리가 어느 정도의 금리 수준인지 항상 논란인데, 조선일보(한은이 불지핀 적정 중립금리 논의… 금리인하 힌트 나올까, ’24. 5. 23) 기사에 의하면 “그간 시장에서는 한국의 명목 중립금리를 현재 기준금리(3.5%)보다 1%포인트 낮은 2.5%로 추정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립금리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저성장 압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2.5%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17. 반면, 중앙일보(“韓 중립금리, 1.8~3.3%로 추정…고령화·생산성 등이 핵심”, ’24. 5. 31.) 기사에 의하면, 한국의 명목 중립금리 수준이 1.8~3.3% 수준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도경탁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과장이 한국은행 ‘BOK 국제 컨퍼런스’에서 밝혔다고 하였다.

18. 좀 예전 자료이긴 하나, 한국은행 2022년 11월 자료, “현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평가”에서는 “중립금리는 관측되는 변수가 아니라 이론적 개념이어서 계량모형을 통해서 추정해 볼 수밖에 없는데, 주요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중립금리를 1%대 후반이나 4% 수준으로 추정한 연구들도 존재하지만, 대체로는 2~3%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제시하고 있다.

출처 : 한국은행 (현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평가, ’22년 11월 30일)

19. 중립금리를 현재 한은이 어떤 수준으로 보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과거 여러 자료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중립금리는 2% ~ 3% 사이에 있는 것으로 대략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20. 다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멘트로 가보자. “금리인하 여력 있지만, 가계부채를 자극하지 않도록 속도조절하겠다”는 이야기에서 금리인하 여력이 있다는 말은 ‘이번 0.25%p 금리인하 결정은 중립금리와 물가상승률 고려하면 무리한 결정이 아니다’는 금통위의 금리인하 결정을 합리화 하는 것이다.

21. 기존에 유지하던 금리수준을 이번에 인하한 것이 마치 정책전환(피벗)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가계부채를 생각하면 이후에 지속하여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을 덧붙인 것이다.

22. 금통위 금리인하 후 하루만에 쏟아지고 있는 공통적인 기사들은, 기준금리는 내렸지만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는 역주행하고 있다는 내용들이다.

23. 위의 2번에서 말했듯이,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위하여 금리나 통화량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은 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24.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은행의 여신/수신 금리에 영향을 주게 된다. 즉,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차를 두고 여신/수신 금리가 오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나오는 와중에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 인상 소식은 뭔가 정상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

25. 일부 기사에서는 은행들의 자금조달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지난달 대비 올랐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하는데, 1년이라는 기간으로 길게 펼쳐서 보면 은행채 금리가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은행채(무보증) 3년/5년/10년 금리 추이 (‘23.9~’24.10)

26.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23년 9월부터 ’24년 10월까지 1년간 그래프를 보면 은행채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최근 한달을 기간으로 보면 소폭 반등하긴 했다. 원하는 결과를 위한 데이터 짜깁기로 보인다)

27. 은행들이 최근 한달 사이에 소폭 오른 금리 때문에 주담대 금리를 올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28. 이유는 여기서 찾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관련 기사 – MBC “금융당국 “가계부채 관리 만전‥필요시 추가 대책” (’24. 10. 11) “금융당국이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 축소에도 금리 인하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필요할 경우 추가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5대 시중은행에는 올해 남은 3개월 동안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29.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리고, 금융위원회 등 정부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게 가계 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면 추가 대책을 시행해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30. 시장 금리는 이미 내려가고 있는 상황인데다, 미국/EU 등 전세계 각국은 긴축을 종료하고 금리를 내리는 방향성이기 때문에 한국은행도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31. 그러나 최근 국내 가계 부채의 증가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증하였다.

출처 : 금융위원회

32.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 정책에 대해서 너무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아마도 최근 한은 총재가 기재부 장관과 회의를 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33. 역대 어느 한은 총재도 가지 않은 곳이라는 기재부에 방문한 것이다. 정부 부처와 여러 기관장들이 협력하는 모습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생각한다면 정부 금융위와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34. 작년부터 계속 기사에서 언급되고 있는 부동산PF 문제는 생각보다 많이 곪아 있는 것 같다.

35. 금융감독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금리 인하에 편승해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경공매 등 부실사업장 정리를 적극 지도하겠다”며 “정상 및 재구조화 사업장에 대해서는 신디케이트론, 금투업권 펀드 등을 통해 자금이 원활히 공급돼 주택공급 효과가 나타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연합뉴스 2024. 10. 11)

36.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 대출에 이자부담이 경감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대출받을 때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혜택이 없다. 그리고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도 6개월 단위 변동금리가 많기 때문에 6개월 후에 소폭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당장 어떤 혜택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37. 반면 부동산 PF 관련하여 차환이나 대환 업무를 보려는 사업장들은 이자비용이 감소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부동산 PF 사업장을 등급으로 나눠서 봤을 때, 정말 대책이 없는 C급 부실 사업장은 계속 강도 높게 조정을 하면서 부동산PF 리스크를 줄이되, 이자비용을 경감할 경우 버텨낼 수 있는 B급 사업장들은 살려보려는 것 같다.

38. 최근 예금자보호한도를 기존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논의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늘린다면, 저축은행 예금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또는 최소 저축은행의 뱅크런을 방지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부동산 PF에 대출 관련한 부실을 견뎌내고 해결해야 하는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을 도와주는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39. 예금자보호한도를 늘리면 관련 수수료/보험료 등의 상승으로 결국 예금금리의 하락, 대출금리의 상승 등으로 비용이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40. 금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여러모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불패 신화, 그리고 최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거침없는 상승으로 가계부채는 역대급 규모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경제파탄의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PF문제가 다 해결되기도 전에 또 다른 부동산 문제가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카테고리: 경제 상식